'챔피언의 숙명' 두산, 아프지만 길게 멀리 본다

'아파도 잡는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6월 30일 키움과 원정에서 6회말 1사 3루에서 이지영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고 있다. 동료 좌익수 김재환이 바라보는 모습.(고척=연합뉴스)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두산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린 6월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지난해 한국시리즈(KS) 4차전 이후 두 팀이 처음 펼치는 경기였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두산 주전들이 대거 부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외야수 박건우, 포수 박세혁, 내야수 김재호, 오재원의 이름이 없었다.

물론 키움도 지난해 KS 멤버 중에서 김하성이 빠지긴 했다. 그러나 3일 정도 휴식이면 돌아올 터였다. 지난해 활약한 제리 샌즈 대신 온 테일러 모터는 방출됐으나 키움은 6월에만 이날 경기 전까지 18승 6패를 올릴 만큼 외국인 타자 공백을 느끼기 어려웠다.

결국 상승세의 키움은 주전의 절반 가까이 빠진 두산을 완파했다.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며 7안타에 머문 두산을 11 대 2로 눌렀다.

이날 출전한 두산 주전들도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선수가 있다. 오재일은 옆구리 미세 손상, 허경민은 손가락 타박상을 입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최근 복귀했다. 이날 교체 출전한 오재원도 허벅지 통증으로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다.

마운드에서도 두산은 적잖은 자원들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초 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었고, 마무리 이형범과 필승 불펜 이현승이 지난달 20일을 전후해엔트리에서 빠졌다.

챔피언의 숙명이다. 최근 5년 연속 KS에 진출한 두산은 주전들의 피로도가 쌓일 만큼 쌓였다. 다른 구단에 비해 가장 늦게 시즌을 끝낸 게 5년째다. 2013년에도 두산은 KS에 진출한 바 있는데 당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렀다. 거의 매해 격전을 치러 지치고 아플 수밖에 없다. 몸은 피곤한데 쉴 시간은 그만큼 적었다.

때문에 두산은 올 시즌을 특히 길게 멀리 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아직까지는 시즌 초반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승부수를 띄울 것은 아니고 평소처럼 똑같이 경기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어렵지만 버텨야 기회가 온다. 김 감독은 "부상자들이 생기는 등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일정 빡빡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면 꾸려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팀 모두 베스트는 아니잖아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두산의 잠실 라이벌 LG 역시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를 얻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김 감독은 " 항상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한다"고 말했다. 내야수 권민석, 이유찬 등이다. 지난달 첫 위기를 넘기고 상위권을 유지한 두산. 과연 여름 고비를 넘어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