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삼성화재, 이제는 '라이벌' 아닌 '동반자'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창단 첫 합동훈련

V-리그 남자부의 대표적인 라이벌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22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충남 천안의 현대캐피탈 훈련시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천안=오해원기자)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 V-리그에서 일어나고 있다.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는 지난 22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충남 천안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V-리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전지훈련을 가지 못하는 대신 국내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화재는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가 아닌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로 단기 전지훈련을 떠났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는 삼성화재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의 복합훈련시설이라는 점에서 적진의 한 가운데까지 제 발로 찾은 셈이다.

두 팀의 역사를 보면 과거에는 연습경기도 서로 하지 않을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된 것은 젊은 감독의 부임 이후부터다.

삼성화재를 '안방'으로 초대한 현대캐피탈은 두 차례 연습경기를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며 비시즌에 배구에 목마른 배구팬에게 작은 선물을 줬다.(천안=오해원기자)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을 선임하고, 삼성화재가 임도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두 팀을 사상 처음으로 연습경기를 치렀다. 서로의 연습장을 찾아 일회성 경기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2019년 여름 부산을 배구열기로 뜨겁게 달궜던 써머매치다. 현역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절친으로 지냈던 최태웅 감독과 신진식 감독이 당시 새로 부임한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과 함께 의기투합해 V-리그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고희진 감독이 지난 4월 삼성화재의 제4대 감독으로 부임하며 두 팀의 관계는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고 감독이 두 팀의 합동 훈련을 제안했고, 최 감독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로 삼성화재를 초청했다.

덕분에 두 팀은 세계적인 시설을 갖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두 번의 공식 연습 경기를 소화하고, 체력 훈련도 함께하며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2020~2021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배구팬과 함께 나눌 기회도 제공했다. 현캐캐피탈은 홍보 담당자의 아이디어로 22일과 23일 열린 연습경기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해 비시즌 배구에 목마른 이들에게 깜짝 선물도 줬다. 덕분에 이틀간 약 1500명의 배구팬이 두 팀의 연습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삼성화재 선수단의 버스는 22일부터 충남 천안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현대캐피탈 선수단의 버스와 사이좋게 나란히 자리했다.(천안=오해원기자)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 때도 많이 이끌어주셨던 최 감독님이 '두 팀이 함께 동반자로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이시우는 "팀은 다르지만 동업자로서 더 챙겨주고 싶고 더 잘해주려고 했다"며 "2박3일은 너무 짧은 것 같다. 다음에는 우리가 삼성화재의 초대를 받는데 모두가 배구선수로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박3일의 역사적인 합동 훈련을 마친 뒤 삼성화재는 24일부터 서해 승봉도로 단기 전지훈련을 떠난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주 자체 훈련을 소화한 뒤 다음 주 충북 단양으로 단기 전지훈련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