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희진의 목표 “모두가 행복한 팀 만들고 싶다”

2003년 입단 후 간판선수로 활약
현역 은퇴 후 코치 거쳐 감독 맡은 '원클럽맨'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현역시절 V-리그에서 활약하는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였다.(사진=한국배구연맹)
V-리그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팀 중 하나는 남자부 삼성화재다.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래 정규리그에서 7회나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도 무려 8시즌이나 들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역사다. 삼성화재가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2014~2015시즌이 마지막이다. 2013~2014시즌을 끝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적도 없다.

2014~2015시즌을 끝으로 실업시절부터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신치용 감독(현 진천선수촌장)이 물러난 뒤 줄곧 삼성화재는 내리막길만 걸었다. 신치용 감독의 뒤를 이어 임도헌 감독과 신진식 감독이 두 시즌씩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한 번씩 ‘봄 배구’를 경험한 것 외에는 무려 5시즌이나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삼성화재는 2020~2021시즌 새로운 감독 체제를 준비한다. V-리그 출범 이전인 2003년 선수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도 오직 삼성화재를 위해서만 일했던 고희진 감독이 삼성화재의 새 감독으로 선임된 것.

지난 4월 20일 삼성화재는 고희진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고 감독은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1호’ 80년대생 감독이 됐다. 그로부터 약 두 달이 흐른 지난 주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고희진 감독을 만났다.

2003년부터 삼성화재에서만 선수로, 또 코치로 활약한 고희진 감독은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처럼 코트 위에서 행복한 배구를 펼칠 수 있도록 팀 문화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부임 후 약 두 달에 대해 고희진 감독은 “정신없이 두 달이 갔다. 많은 일이 있었다”며 “코칭 스태프 구성 만족스럽다. 선수 트레이드 역시 만족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고희진 감독은 부임 후 김영래 코치, 이강주 코치, 김철홍 전력분석관과 함께한다. 우리카드와 4대3 트레이드를 통해 레프트 황경민, 세터 김광국, 노재욱, 센터 김시훈을 영입했다.

고 감독 부임 후 가장 달라진 것은 분위기다. 선수들은 고 감독 부임 후 “분위기가 가장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고희진 감독은 선수단 전원을 영어 이름으로 부르며 권위의식 내려놓기에 나섰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5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하며 삼성화재가 비주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고희진 감독은 “감독 한 명이 바뀌었다고 안되던 것이 되진 않는다. 정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대로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최초의 '80년대생' 감독이다.(사진=삼성화재 블루팡스)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의 한국전력 이적은 고희진 감독의 결심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됐다. 삼성화재는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박철우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한국전력에서 더 나은 대우를 제시했다. 덕분에 박철우 본인도, 삼성화재도 기분 좋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삼성화재는 박철우가 떠나며 준 ‘선물’도 선수단이 필요한 여러 장비를 구매했고, 필요 포지션 선수의 영입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화재’라는 이름만 남긴 채 모든 것을 다 바꿔보려는 고희진 감독이 그리는 이상적인 그림은 무엇일까.

고 감독은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바꾸고 싶다”며 “다시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팀, 선수가 행복하게 배구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선수가 코트에서 행복하게 배구한다면 팬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짧았던 두 달의 시간 동안 고희진 감독은 달라지는 삼성화재를 확인했다. 그는 “선수들이 실제로 변화를 느끼고 행복해하고 있다”며 “팀을 떠나고 싶어 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활기차게 운동하고 있다”고 특유의 밝은 미소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