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까지 갖춘 천재' 이정후 "발사각? 전 빨랫줄이죠"

키움 외야수 이정후는 올해 정확도에 파워까지 겸비하며 약점이 없는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9일 삼성과 원정에서 1회 득점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는 모습.(대구=연합뉴스)
키움 외야수 이정후(22)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꼽힌다. 프로 첫 시즌부터 전 경기를 뛰며 타율 3할2푼4리 179안타를 때렸고, 이듬해는 109경기만 뛰고도 163안타를 쳐내며 3할5푼5리 고타율을 보였다. 지난해는 193안타로 200안타를 넘보기까지 했다.

그런 이정후는 올해 부쩍 힘이 좋아졌다. 2018, 2019년 6홈런을 쳤던 이정후는 올 시즌 31경기만 뛰고도 5홈런을 날렸다. 이런 페이스라면 20홈런도 넘길 태세다.

장타율도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2018년 4할7푼7리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6할1푼8리다. 2루타가 13개로 2018년의 34개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겨우내 살을 찌우고 근력을 키운 덕분이다. 이정후는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 원정에서 "지난해는 82, 83kg이 나갔지만 현재는 85kg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근력 운동을 했고, 나이가 드니 근육도 커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한 타구를 날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이정후는 "공인구가 잘 나가게끔 바뀌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면서 "그것보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려고 한 게 2루타도나오고 홈런도 많이 나오는 비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계획이 강한 타구를 날리자는 것이었는데 잘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올해 타구 속도가 빨라졌다. 이정후는 "전력 분석팀 형들에게 물어봤는데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지난해는 시속 145km 정도였는데 올해는 10km 정도 늘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박병호 형처럼 힘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발사 각도를 높여 공을 띄우는 것보다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빠르게 날려야 큰 타구가 되는 스타일이라 강하게 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도는 기본이다. 이정후는 올해 타율 3할7푼4리를 기록 중으로 앞선 세 시즌보다 높다. 힘까지 더해지니 더 무서운 타자가 된 셈이다.

이날 7년 만의 복귀전을 치른 '끝판 대장' 삼성 오승환(38)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경기 전에는 "이정후, 강백호(kt) 등과 힘 대 힘으로 붙고 싶다"고 했다가 경기 후에는 "이정후는 힘만으로는 안 될 것 같고 포수 리드를 따르겠다"고 말을 살짝 바꿨다. 이날 이정후는 5타수 4안타 2득점의 불방망이로 팀의 5 대 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전까지 이정후는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다 중심 타자로 변신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과연 이정후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