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에 혼쭐' 오승환 "이정후? 힘만으로는 안 되겠네요"

'라젠카 세이브 어스 어게인' 삼성 오승환이 7년 만의 KBO 리그 복귀전인 9일 키움과 홈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대구=연합뉴스)
7년 만에 KBO 리그에 복귀한 '끝판 대장' 오승환(38·삼성)이 국가대표 외야수 이정후(22·키움)와 뜨거운 장외 설전(?)을 펼쳤다.

오승환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홈 경기에서 3 대 4로 뒤진 8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루타 1개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7년 만의 KBO 리그 정규 시즌 등판이었다. 오승환은 2013년 10월 2일 롯데와 사직 원정이 KBO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다. 이후 오승환은 일본 한신으로 해외 진출했고, 2년 뒤 메이저리그(MLB) 무대까지 밟았다.

지난 시즌 중 콜로라도에서 자진 방출해 8월 삼성과 계약했다. 다만 오승환은 2016시즌 뒤 해외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도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9일에야 1군에 등록해 등판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전 오승환은 KBO 리그의 젊은 타자들과 맞대결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모르는 선수가 너무 많다"면서 "이정후(키움), 강백호(kt) 등 젊은 선수들과 힘 대 힘으로 붙고 싶다"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코치의 피를 이어받아 2017년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후 3할대 타율을 뽐내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지난해 프리미어12 준우승 등 국가대표로도 기량을 뽐냈다.

오승환의 말을 전해들은 이정후도 경기 전 맞불을 놨다. 오승환에 대해 이정후는 "내가 어릴 때부터 이미 최고 마무리로 경기를 마무리짓는 모습이 너무 멋이 있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내면서도 "그러나 이름값에 쫄지 않고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할 것만 생각하면서 맞서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가 9일 삼성과 원정을 앞두고 대선배 오승환과 맞대결에 대한 각오를 밝히는 모습.(대구=연합뉴스)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277개) 기록 보유자와 차세대 최고 타자의 첫 대결은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승환은 3 대 4로 뒤진 8회초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키움 3번 타순인 이정후에 앞선 김하성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한 뒤 9회 마운드를 노성호에게 넘겼다.

오승환은 명불허전이었다. 복귀전에서 무심코 초구를 속구로 던졌다가 박준태에게 2루타를 맞고 이후 희생번트로 1사 3루에 몰렸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특유의 돌직구로 김규민을 1루 땅볼로 잡은 데 이어 1사 1, 3루에서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을 초구에 포수 파울 뜬공으로 처리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는 10개였다. 속구, 포심 패스트볼이 8개였고, 슬라이더와 투심을 1개씩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8km를 찍었다. 1년여 만의 첫 실전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

경기 후 오승환은 "정말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다"면서 "등장곡(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도 오랜만에 들어 옛 기억이 났지만 1점 차였고 언제든 역전할 상황이라 다른 데 신경쓰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초구부터 2루타를 맞았지만 운 좋게 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 복귀하면 초구는 무조건 직구로 생각했고, 그렇게 인터뷰한 적도 있다"며 멋쩍은 웃음도 지었다.

초구 직구를 공략 당한 때문일까. 오승환은 당당했던 경기 전과 달리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살짝(?) 꼬리를 내렸다. 오승환은 "이정후와는 시즌 중에 언젠가는 상대할 것 같다"면서 "경기 전 인터뷰에선 힘 대 힘으로 붙고 싶다고 했지만 포수 리드에 맞추겠다"고 차세대 리그 최고 타자와 승부를 예고했다.

이정후는 이날 5타수 4안타 2득점으로 오승환이 보는 앞에서 무력 시위를 했다. 과연 한미일을 주름잡은 최고의 마무리와 한국 야구를 짊어질 젊은 타자의 대결이 언제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