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품은 강아지의 눈에 비친 인간 '환상의 마로나'

[노컷 리뷰]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감독 안카 다미안)

(사진=㈜에이유앤씨, 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손, 미소, 목소리, 마음. 행복은 작은 것."

행복은 작은 것이라는 마로나. 하얀 털과 까만 털이 뒤섞인, 하트 코를 가진 사랑스러운 강아지 마로나. 작은 몸 안에 거대한 우주와 사랑을 가득 채운 마로나의 마음, 그가 주는 사랑을 과연 인간의 작은 이성이 오롯이 품고 이해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가 던지는 질문이자, 부끄러움이다.

'환상의 마로나'(Marona's Fantastic Tale, 감독 안카 다미안)는 행복한 강아지 마로나(리지 브로체르)가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면서 겪는 가슴 뭉클한 견생을 그린 판타스틱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거리의 한 유기견을 구하고, 그 강아지가 입양을 가기 전까지 임시 보호했던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영화는 아스팔트 바닥 위에 누워 있는 마로나가 "안녕, 내 이름은 마로나.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라며 자신이 태어나 세 명의 인간을 만나 네 번의 이름을 가지며 살게 된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홉째'로 태어나 '아나'와 '사라'의 삶을 거쳐 '마로나'의 삶을 산 착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마로나. 아홉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아홉째는 인간에 의해 버려졌다. 버려진 아홉째를 주운 첫 번째 인간이 곡예사 마놀이다. 그에게서 '아나'라는 이름을 받았다. 마놀의 꿈을 위해 그의 곁을 떠난 후 건설업자 이스트반에게서 두 번째 이름 '사라'를 받는다. 이스트반과도 이별한 사라는 작은 소녀 솔랑주에게서 마지막 이름 '마로나'를 받는다.

아홉째로 태어나 아나, 사라, 그리고 마로나가 된 작은 강아지. 마로나의 행복은 인간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저 인간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나, 사라, 마로나는 행복했다.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인간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다.

그런 아나, 사라, 마로나가 보는 세상은 인간이 보는 세상처럼 규격화되고 전형적이지 않다. 마로나의 시선으로 재현된 인간과 인간 세상은 느낌이나 본질에 가깝다. 인간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로나는 보고 듣고 냄새 맡는다. 마로나가 본 인간과 세상의 특징, 분위기, 느낌이 담긴 화면은 인체 비례나 원근법을 무시한다. 인간이 정한 규칙과 고정관념을 벗어난 마로나의 두 눈에 담긴 세상은 인간의 눈에는 마치 환상과도 같다.

(사진=㈜에이유앤씨, 찬란 제공)
아나, 사라, 마로나에게 주인이라 불리는 인간과의 삶은 우주 그 자체다. 인간과 함께하는 삶 안에 행복이 있다. 이름을 불러줄 인간, 자는 동안 지켜줄 인간이 있다는 것, 그것이 곧 강아지 마로나의 행복이다. 인간을 이루는 선과 색 하나하나, 인간의 이름을 이루는 글자 하나하나를 사랑한다.

인간이 불행하면 마로나에게는 그 냄새가 난다. 불행하고 슬픈 인간의 냄새 말이다. 그런 냄새를 맡는 마로나도 불행하고 슬프다. 불행과 슬픔의 냄새는 곧 이별의 냄새이기 때문이다. 이별은 마로나의 우주가, 행복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간과 자의로, 타의로 헤어지고 길로 내몰려도 마로나는 인간이 좋다. 인간이 마로나를 행복한 강아지로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청년이 된 솔랑주를 따라가던 마로나는 인간이 만든 차에 치어 죽음을 맞이한다. 마로나의 회상은 죽음의 순간 마주한 주마등 같은 기억과 같다. 그 기억 속에 아홉째, 아나, 사라, 마로나는 항상 인간이 함께했으며 그로 인해 행복을 얻었다는 사실은 미안함, 부끄러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아나, 사라, 마로나. 하트 코를 가진 작은 강아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은 뒤엉킨 채 눈물로 쏟아져 내린다.

인간은 뒤엉킨 감정과 이성이라 부르는 다양한 필터들로 인해 오롯이 누군가의 마음을 느끼는 걸 어려워한다. 작고 소소한 곳, 일상에서 오는 행복을 바라보는 게 어렵다. 그러나 이 작은 강아지는 이리저리 꼬고 뒤틀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롯이 눈에, 마음에 비치는 그대로 인간과 인간의 마음을 담는다.

'환상의 마로나'를 통해 이번만큼은 온전히, 있는 그대로 강아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인간을 향한 시선과 감정은 어떤 건지 느껴봤으면 한다. 마로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강아지들의 눈빛이 그동안 어디를 향했는지, 그 안에 담긴 우주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마로나가 느끼는 것처럼 행복은 작은 것, 바로 우리가 지니고 있는 손, 미소, 목소리, 마음에 있음을 알게 된다. 작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마로나를 통해서 말이다. 이 사랑스러운 존재를 만난 관객들에게 책 속 한 구절을 전하고 싶다.

"녀석을 통해서 나는 마음을 달래주는 자연의 속성들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침묵, 잠, 걱정도 후회도 없는 만족, 언제나 눈앞에 펼쳐져 세상을 감싸고 있는 햇빛, 발아래에서 우연히 찾아낸 샘과 같은 것들 말이다. 녀석을 본보기로 삼음으로써 나는 진정으로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다." _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중

6월 11일 개봉, 92분 상영, 전체 관람가.

(사진=㈜에이유앤씨, 찬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