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원호 PD "사실 채송화 감정선 다 깔아두긴 했다"

[노컷 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 ①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PD (사진=tvN 제공)
'응답하라' 시리즈 세 편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새롭게 선보인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호평 속에 종영했다. 성공을 보증한다는 신원호 PD-이우정 작가의 의기투합과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슬의생'의 시청률은 나날이 상승했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슬의생'은 특히 '착한 드라마'로서도 널리 사랑받았다. 또한 '응답' 시리즈의 '남편 찾기'와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노컷뉴스는 신원호 PD와 서면으로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매체당 8개로 제한된 질문에 신 PD가 개별적으로 답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총 2부작 중 1부인 이번 편에서는 '슬의생'을 '착한 드라마'로 연출한 이유를 비롯해 '신원호-이우정 월드'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의 배경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이 종영했다. 12부를 마치면서 연출자로서 가장 만족한 점과 아쉬웠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건 공감이었는데 이번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말 생전 드라마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 그런 리액션들이 피디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다.

시즌제가 갖는 강점은 못다 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 같다. 그다음 시즌에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획된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너무나 새로웠다. 아쉬움은 늘 남지만 지난 8개월간 경험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신선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tvN 제공)
2.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동안 신원호-이우정 월드가 보여준 작품과 비슷하게, 그러면서도 좀 더 선명하게 '착한 드라마'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의료진부터 환자들, 주변 사람들 대부분 인간적이고, 이른바 '악인'이 등장하지 않으며 에피소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중심을 이뤄서 좋다는 평과, 현실의 '예쁘고 밝은' 부분만을 모아놓은 것이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평도 있다. 이런 반응을 어떻게 보는지.

웬만한 에피소드들은 실제 이야기를 베이스로 뒀다. 하지만 인터뷰하면서 저희가 듣기에 좋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보여드리다 보니까 병원 판타지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모든 이야기가 씨앗이 있다. 판타지라고 하는 건 저희가 그런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모아서 보여드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판타지인 것 같다. 그간 교도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 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그걸 보면서 마음이 좋고,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우리가 상정하는 주인공 그룹의 목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 나도 저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다'라는 기분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스스로 '좋은 사람'이거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는 리얼리티에 기반하되 우리가 만드는 캐릭터들은 그게 설령 판타지일지언정 정말 '좋은 사람'들의 집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현실은 슬프지만, 그래서 더욱더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수많은 드라마 속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응답하라' 시리즈 세 편과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무리에서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고, 그 연애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또한 '응답하라 1997' 윤윤제(서인국 분)·윤태웅(송종호 분), '응답하라 1994' 쓰레기(정우 분), '응답하라 1988' 최택(박보검 분),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익준(조정석 분) 등 이른바 '천재형' 캐릭터가 지속해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두 가지의 큰 설정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기획·연출 의도)와 그런 캐릭터 및 상황을 더 '잘 살리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전에 꼭 천재형 캐릭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걸 보면 저희가 천재형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을 연기한 전미도. 극중 채송화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는 시청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사진=tvN 제공)
4. 여성 주인공의 '본심'이 어떤지를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궁금증을 증폭하는 전개,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후반부에 플래시백으로 표현하는 것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반복됐다. 이에 대한 반응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데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

시즌 1과 시즌 2에서 다뤄질 국면들을 나눠야 했다. 미리 다 보여주면 드라마를 물리적으로 12씩 나눠서 보여주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즌제를 위해서는 각 시즌이 보여줘야 할 색깔과 국면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는 근간은 같으면서도, 그 외의 포인트는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다. 채송화(전미도 분)의 마음도 '그 외의' 포인트에 포함될 수 있는 지점일 수 있다.

또한 우리 드라마는 멜로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멜로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과 같았으면 이익준이 부인의 바람을 알고 난 뒤 괴로워해야 하지만, 이익준에게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사망한 환자가 있다. 그런 상황들이 맞물렸을 때 아무도 이혼한 걸 모르면서 일을 덤덤히 해결해나가는 것들이 더 페이소스가 느껴지고, 작법상으로도 멋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우리들도 이별하고 나와서 일하고, 오늘을 살아가지 않나. 특히 의사 같은 전문직은 내 앞에 환자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삶에 멜로가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멜로에 집중해서 보면 캐릭터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는 극 중 채송화가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준비하며 살진 않지 않나. 전 연애에 대한 상처 등의 이유로 채송화가 '내가 누굴 좋아하지?'라고 선택할 상황이 없었다. 시즌 1 막판에 그런 상황들이 왔고, 다음 시즌에 채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사실 감정선을 다 깔아두긴 했다. 99즈 다섯 명의 첫 만남 사진에서 익준이 송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송화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깔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멜로만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알아차리시면 좋지만,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멜로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고 시간을 배분하는 순간 작품 전체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정원(유연석 분)과 장겨울(신현빈 분)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마흔 살의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한다. 스무 살 시절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수많은 사람과 인연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그 기억들로 매일 뜨겁고 절절하게 살아가진 않는 나이다. 더 이상 첫눈에 뜨겁게 반할 나이도 아니고 사랑의 감정만으로 일상을 어그러뜨릴 수 있는 어린 나이도 아니다. 기존의 멜로와 작법이나 속도가 달랐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계속>

시즌 1에서 커플로 맺어진 안정원(오른쪽)-장겨울(왼쪽). 유연석과 신현빈이 각각 안정원, 장겨울 역을 연기했다. (사진=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