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아시아쿼터’ 도입 주장, 결국 ‘꼼수’다

V-리그 남녀부 일부 구단서 제안, 연이은 반대로 무산

V-리그 일부 구단은 2019~2020시즌 종료 후 열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적정 수준 이상의 지출을 막기 위해 아시아쿼터 도입을 주장한다.(사진=한국배구연맹)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꼼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의미다. 영어로는 trick, 즉 속임수라는 것. 이런 꼼수가 V-리그에서 또 논의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8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연맹 대회의실에서 제16기 3차 이사회를 열었다.

조원태 총재의 연임 등 굵직한 안건이 논의된 이날 KOVO 이사회에서는 또다시 아시아쿼터가 등장했다. 이미 V-리그는 수차례 아시아쿼터 도입을 논의했던 경력이 있다. 남녀부 몇 팀의 단장이 이사회에서 아시아쿼터의 도입을 건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 때만 하더라도 당장 2020~2021시즌에 도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이번에 다시 아시아쿼터 도입을 의욕적으로 제안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당장 논의하기보다는 다음에 구체적인 방식 등 의견을 나누자는 다수의 만류에 아시아쿼터 도입을 원하는 구단 측이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자고 재차 요청했지만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는 ‘추후 논의’로 최종 결정됐다.

아시아쿼터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경기력 향상’을 주된 이유로 든다. 수준 높은 아시아 선수의 영입을 통해 V-리그의 질적 향상을 추진한다는 것. 하지만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되더라도 선수 선발 방식 등의 문제가 여전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실제로 아시아쿼터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 오르며 ‘A팀에서는 B선수를, C팀에서는 D선수를 영입한다더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당연히 각 구단이 가진 정보의 차이가 큰 만큼 고스란히 기량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랐다.

지난 1년간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눈에 띄게 기량이 급성장한 나경복은 2019~2020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사진=한국배구연맹)
일부 구단들의 주장인 국내 선수의 경쟁력 하락, 그리고 배구 인기가 뜨거운 동남아 시장 진출을 이유로 도입이 논의되는 아시아쿼터. 하지만 숨은 의도는 매년 높아지는 국내 선수의 몸 값을 묶어두기 위한 견제라는 데 있다.

최근 여자부를 중심으로 V-리그의 인기가 치솟으며 배구선수의 몸 값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미 남자부의 경우 A급 선수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몸 값을 받고 있다. 여자부 역시 25%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년 선수 연봉은 상승하고 있다.

이에 일부 구단은 자금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2019~2020시즌이 끝나면 남녀부 모두 각 팀의 주전급 선수 다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에서 지출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좋은 성적을 내길 원하는 일부 구단의 고위관계자에게는 당연히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아시아쿼터의 도입이 FA자격을 얻는 선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시아쿼터 도입이 큰 반대에 부딪히는 이유는 시기상조라는 데 있다. 최근 국내 배구는 점차 줄어드는 유망주 유입으로 인해 고민이 크다. 이 때문에 국내선수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아시아쿼터의 도입보다 2군팀 운영과 유소년 지명제 도입 등 실질적으로 국내 배구에 도움이 될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게 논의돼야 한다.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에서 알찬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리그의 일부 단장은 자신의 임기 중에 지출은 최소로 하면서도,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시아쿼터제 도입 논의는 이들의 과도한 욕심이 만들어 낸 ‘꼼수’라는 것이다.

이런 꼼수가 쌓이면 결국 V-리그는 속 빈 강정이 되어 팬들의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 과연 그때도 아시아쿼터 도입을 주장했던 고위 관계자가 V-리그에 남아있을까. 지난 경험으로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