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정현이 대만과 'ITF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1그룹 플레이오프' 1단식에서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날리는 모습.(사진=대한테니스협회)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김덕기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입니다. 체육부 임종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김덕기 >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네, 김덕기 앵커, 테니스도 축구처럼 A 매치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세계남자테니스선수권대회, 이른바 데이비스컵인데요, 배드민턴이나 탁구처럼 개인 라켓 종목이지만 단체전 국가 대항전입니다. 그런데 이번 데이비스컵 예선에 우리나라 남자 대표팀 에이스들이 나서지 못하게 됐습니다.

◇ 김덕기 >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에이스들이라면 정현과 권순우 아니겠습니까? 이 선수들이 빠진 겁니까?

네, 우리나라는 다음 달 2020년도 세계남자테니스선수권대회(이하 데이비스컵) 예선' 이탈리아 원정에 나섭니다. 이탈리아를 꺾으면 오는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데이비스컵 본선에도 나설 수 있습니다. 테니스 상위 18개 국가가 출전하는 축구의 월드컵 성격입니다.

최근 대한테니스협회가 이번 원정에 나설 국가대표 5명을 발표했는데요, 정현과 권순우가 빠져 있습니다. 정현은 2018년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랐고, 한때 한국 선수 최고 랭킹인 19위까지 올랐던 간판입니다. 권순우는 현재 우리 선수 중 최고 랭킹인 84위로 실질적인 에이스입니다.

이들이 빠지고 청각 장애인 선수로 잘 알려진 이덕희와 정윤성, 남지성, 송민규에 정현의 친형이죠 정홍 등 5명이 명단에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김덕기 > 정현과 권순우, 이 선수들이 도대체 왜 국가대표 명단에서 빠진 겁니까?

여기에는 복잡한 속사정이 있는데요, 일단 정현의 경우는 표면적으로는 스폰서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협회 규정상 데이비스컵에는 개인 후원업체의 의류와 테니스화 대신 협회 공식 스폰서의 용품을 사용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현은 발 부상의 이유를 들어 개인 맞춤형 테니스화가 아니면 출전하지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정현이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협회 규정상 개인 후원 업체의 로고를 테이프 등으로 가리면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현은 그렇게 하면서까지 데이비스컵에 출전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선수들은 그대로 개인 후원 업체 용품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데이비스컵 중국 원정 예선에서 권순우가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모습.(사진=대한테니스협회)
◇ 김덕기 > 협회와 개인 스폰서의 문제, 한쪽이 양보를 하면 될 일 같은데요.

네, 협회는 정현 한 사람 때문에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권순우는 개인 후원 업체가 있지만 협회 스폰서 용품을 착용하고 데이비스컵을 치렀습니다. 협회로서는 공식 스폰서의 노출이 거의 유일한 국제대회인 데이비스컵에 다른 업체의 로고가 나오는 것을 불허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물론 예외 규정은 있습니다. 세계 랭킹 50위 안에 들면 개인 후원 업체의 용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현은 2017년 9월 당시 세계 랭킹 44위여서 데이비스컵에 개인 업체의 용품을 가리지 않고 착용한 채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현은 139위까지 떨어져 있어 이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 김덕기 > 정현 선수가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네, 일각에서 진짜 이유는 바로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정현은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낮습니다. 올림픽은 단식 64강까지 본선에 나서는데 8명의 와일드 카드를 빼면 56위까지입니다. 국가 별로 4명까지 나가는 점을 감안해 마지노선이 낮아진다 해도 80위 정도입니다. 정현으로서는 올림픽 출전 랭킹 마감 시한인 5월까지 80위 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때문에 데이비스컵을 사실상 포기한 모양새라는 겁니다. 올림픽에 나서려면 이전까지 4년 동안 세 번 데이비스컵에 출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정현은 2016, 2017년 두 차례만 뛰었습니다.

만약 올림픽에 나설 만큼 랭킹이 높다면 데이비스컵에 출전해 자격을 얻겠지만 올림픽 출전이 어려운 지금으로서는 정현이 출전을 강행할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정현은 손바닥 부상으로 지난달 호주오픈을 기권하는 등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김덕기 > 그렇다면 권순우가 빠진 이유는 뭘까요?

네, 역설적으로 그 이유 역시 올림픽입니다. 권순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세계 84위로 올림픽 출전 커트 라인에 근접해 있습니다. 5월까지 남자프로테니스 투어에서 선전해 랭킹을 70위 권까지 끌어올린다면 올림픽 출전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권순우는 어제 뉴욕오픈에서 2016년 윔블던 준우승자인 밀로스 라오니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투어 8강에 올랐는데 생애 첫 4강에 오르고 그 이상의 성적을 내면 세계 랭킹은 더 오를 전망입니다.

이미 권순우는 데이비스컵에 세 번 이상 출전해 자격이 있는 만큼 올림픽 진출을 위해 데이비스컵 대신 랭킹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협회에 밝혔습니다. 협회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권순우와 정현, 올림픽이라는 이유는 같지만 어쩌면 다른 이유로 데이비스컵에 빠지게 된 겁니다.

◇김덕기 > 이런 복잡한 사정들이 있었군요.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