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 QM,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래퍼 (인터뷰)

※기획 인터뷰 시리즈 <힙합 릴레이> 48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라임어택이 지목한 QM입니다.

#우연히 QM(큐엠·본명 홍준용)의 노래 '은 혹은 납'을 듣게 된 MC스나이퍼는 하던 운동을 멈추고 벤치에 앉았다. '은 혹은 납'을 세 번 반복 재생해 들은 그는 QM의 연락처를 알아내 함께 곡 작업을 해보자는 러브콜을 보냈다. MC스나이퍼 마이너스 1집에 수록된 '후즈 갓 더 머니'(Who's got the money)는 그렇게 탄생했다.

#QM의 첫 EP '아이즈 인 더 드로어'(Eyez in the drawer)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됐다. 당시 딥플로우는 QM을 위해 통 크게 100만 원을 후원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QM을 자신이 이끄는 힙합 레이블 VMC의 새 멤버로 영입했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평소 친분이 없던 두 아티스트 QM과 테이크원. 개인적으로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 친구들의 랩이 좋아 연락했다. 그리운 기운과 열띤 힙합 토론, 아! 아직 있구나 이런 친구들". 타이거JK가 QM과 드렁큰타이거 마지막 앨범 수록곡 '고집쟁이2'를 함께 작업한 뒤 남긴 글이다.

QM은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래퍼다. 하지만, QM은 이미 쟁쟁한 동료 래퍼들로부터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위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힙합 리스너들 역시 QM을 주목하고 있다. '래퍼 홍수 시대' 속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춘 래퍼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매된 2집 '한나'(HANNAH)에 수록된 곡들을 '정주행'해서 들어보면, QM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앨범에는 이 시대 청춘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 트랙도 있고, 신선한 '픽션'을 가미한 트랙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슴 '짠한' 이야기가 담긴 트랙도 실렸다. QM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스물아홉 청춘을 그린 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자신이 주목할 만한 래퍼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공감력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것"이 목표라는 QM. 그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VMC 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서른이 된 대한민국 청년이자 래퍼인 QM이다"

▶언제 랩을 시작했나. "열여덟 살 때쯤이다. 랩을 하는 게 멋져 보여서 취미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스무 살 때 정글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에 들어가 아이돌 연습생 생활도 했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말랐었다. (미소). 어쨌든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두 살에 군대에 갔는데, 그땐 랩을 그만 두자는 생각이었다. 꿈이 엄청 자주 바뀌는 편인데 당시엔 경찰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전역한 뒤에는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며 대외활동을 많이 했었고. 그뒤로는 재수종합학원에서 조교로 일했고, 계약직으로 영화평론 쓰는 일을 한 적도 있다"

▶다시 랩을 하게 된 계기는."스물다섯 살 때쯤 다시 랩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직장 다니면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시점에 '랩을 했으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할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부모님께 반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고 5개월 뒤 조pd 씨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조pd 씨는 저를 제2의 조pd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었는데 정작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 결국에는 조pd 씨가 회사를 다른 회사에 넘길 때쯤 자연스럽게 계약해지가 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렇다. 그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한 제작비로 만든 첫 솔로 EP '아이즈 인 더 드로어'를 냈고, 정규 1집 '워즈'(WAS)로 많은 분께 제 이름을 알렸다. 크라우드펀딩 때는 상구(딥플로우) 형이 100만원을 후원해주시기도 했다. 당시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서 열등감만 생기던 때였는데,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기뻤다"

▶이젠 딥플로우가 이끄는 VMC의 정식 일원이 됐다."크라우드펀딩 후원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저를 '샤라웃' 해주셨던 상구 형의 제안으로 합류하게 됐다. VMC에 들어온 지는 5개월쯤 됐는데, 앨범을 내기 위해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또, 이전까지는 혼자 모든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편하다"

▶랩네임 QM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퀘스천 마크(question mark)의 약자다. 랩네임을 정한 건 고등학교 때다. 원래 느낌표를 하려고 했는데, 영어로 느낌표가 뭔지 생각이 나질 않아서 그냥 물음표로 하게 됐다. (웃음). 그런데 진짜로 이름따라 가는 것 같다. 뭐가 정답인지 잘 모르겠고, 항상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으니"

▶QM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은. "공감을 사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음악으로 시대상을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문학특기자로 대학을 갔다. 원래 글과 시를 쓰던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랩으로 돈이나 성공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향후 그런 주제를 장난스럽게 한번 풀어낸 곡을 만들게 되더라도 그걸 앨범을 싣진 않을 거다"

▶앞서 국정농단, 땅콩회항 사태 등을 비판한 곡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도 사회비판곡을 낼 생각이 있는지."할 생각이다. 그런데 그걸 앨범으로 하려고 한다. 사실상 제 이야기는 끝났다. 1집 '워즈'와 이번에 낸 2집 '한나'를 통해 스물 아홉까지의 인생에 대해 다 풀어냈으니까. 그래서 3집을 사회성 짙은 앨범으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걸 멈추진 않을 거다"

▶1집 수록곡 중 학교폭력을 주제로한 곡인 '우성인자'가 공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는데.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사람이 TV에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며 가사를 쓴 곡이다. 가상의 이야기인데, 아직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곡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더라. 제가 가사를 진짜 실감나게 썼구나 싶다. 공개 당시 상구 형과 우탄 형이 '충격 먹었다'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었고"

▶MC스나이퍼, 타이거JK 등 대선배들과 곡 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다."MC스나이퍼 형과는 '후즈 갓 더 머니'라는 곡을 함께했다. MC스나이퍼 형은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은 혹은 납'이라는 곡을 듣고 저에 대해 처음 알게되셨다고 한다. 그리고 저를 위해 그 곡의 비트를 쓰셨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타이거JK 형도 제 음악을 좋게 들었다면서 먼저 연락을 해주셨다. 저의 새 앨범 프로듀싱을 맡아준 컨퀘스트가 필굿뮤직 소속이라는 인연도 있었고"

▶영향을 받은 래퍼가 있다면. "어릴 때는 완전 한국 힙합팬이었다. 원래는 힙합이 한국 것인줄 알았을 정도다. (웃음). 특히 소울컴퍼니 팬이었다. 소울컴퍼니를 이끌었던 키비 형도 어떻게 보면 픽션을 가미한 가사를 많이 쓰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VMC 소속으로 낸 첫 앨범인 정규 2집 '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1집 '워즈'를 내고 난 뒤 괜찮아졌었던 공황장애가 다시 심해졌다. 한동안 '어차피 죽을 건데 뭣하러'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인간은 시간을 극복해낼 수 없고, 어차피 우리 모두는 다 죽는 것인데 고민해봐야 쓸모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뒤로는 사는 동안 내 주변사람들, 그러니까 가족을 위해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그리고 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 앨범 안에 내 마지막 20대를 박제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어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앨범명이 '한나'인 이유는."한창 그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 꽂힌 영화가 2년 전에 처음 본 '컨택트'(Contact)다. 영화 속 주인공은 외계인과 접촉한 뒤 4차원의 존재가 되어 미래를 알 수 있게 되는데 나중에 딸이 죽을 걸 알면서도 딸을 낳고 남편과 이혼하게 될 걸 알면서도 결혼을 택한다. 그 이야기에 꽂혀서 앨범명을 영화 속 주인공의 딸 이름인 '한나'로 정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예 '내가 딸이 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가사를 썼다. 그런데 너무 과한 것 같아서 가사 내용을 가족 이야기 중심으로 바꾸게 됐다"

▶가사를 쓰면서 중점을 두고자 한 부분은. "먼 훗날 이번 앨범 CD가 유물처럼 발굴되어 나왔을 때, 2018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젊은이들은 이런 상황을 겪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될 수 있게끔 노력했다. 대한민국 20대, 특히 20대 남자가 공감할 만한 보통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사로 썼고"

▶타이틀곡 '다음에'는 친동생과의 일화가 담긴 곡인데. "'알바'를 두 개 하던 시절이다. 동생에게 생일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니 유명 배우가 입었던 가죽재킷을 사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동생과 가죽재킷을 사러 갔는데, 그 매장이 유명한 명품 매장이 있는 곳에 있더라. 중저가 매장에서 기둥을 하나 넘어가야 그 매장이 나와서 처음에는 곡제목을 '설국열차'로 할까도 생각했다. (웃음). 아무튼 그 재킷은 생각보다 너무 비쌌고, 동생에게 '다음엔 진짜 꼭 사주겠다'고 약속을 하며 매장을 나왔다. '다음에'는 그 일화를 드라마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담긴 트랙도 있더라. "그렇다. 스킷 트랙인 '홍유택'은 20대 마지막 생일날 아빠에게 '20대 마지막인데 한마디 해달라'고 한 뒤 아빠가 해주신 말을 핸드폰으로 녹음한 걸 활용한 것이다. '김보경'은 엄마가 직접 노래한 트랙이다. 엄머가 제 공연장에 자주 오시는 편인데 어느 날 무대 위에서 랩하는 꿈을 꾸셨다고 하더라. 꿈은 상상한 것들이 조합되어 재생되는 것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렇게 엄마에게 노래를 부탁하게 됐다"

▶이번 앨범으로 얻고 싶은 반응은. "'랩 잘한다'는 반응보다도 '내 얘기 같다' '이 사람이 내 얘기 대신 해줬네' '공감 간다' 같은 반응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가장 좋은 건 아무래도 '울었다'는 반응이고. (미소). 그런 반응이 안 나오면 뭐 어쩔 수 없다. 다음 앨범에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QM에게 힙합이란 어떤 의미인가. "힙합은 사람을 좋게, 긍정적으로 만들어주 는 장르인 것 같다. 실제로 힙합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 사람이 많다. 입으로 세게 뱉으니까 사람이 바뀌는 게 있는 듯하다. 저 역시 소심했지만, 힙합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요즘 힙합하는 사람들은 군대도 안가고 돈 자랑하고 여자 좋아하고 범죄 저지르고 마약한다면서 비난하는 분들이 많다. 이 인터뷰 기사를 읽으신 분들이 저처럼 그렇지 않은 래퍼들도 있다는 건 아셨으면 하고, 힙합을 너무 안 좋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

▶힙합씬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 "'가왕' 조용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미소).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제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못되더라도 진지하게 정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배우 이순재 님처럼 사람이 할 게 못된다면서 도망치게 될 수 있지만, 경험해보고 싶다. 왜 그렇게 욕을 많이 먹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흔 다섯 살 때쯤 구의원부터 도전해볼까 한다. 그러면서도 랩은 계속 하고 싶다"

▶의외의 답변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세상을 좋게 바꾸는 게 목표다.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착한사람이 상 받고 나쁜 사람이 벌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 특별한 계획이 있나. "1집 수록곡 '100만원' 비트에 가장 멋진 랩을 한 참가자에게 100만원을 주는 이벤트인 '100만원 컴피티션'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상구 형이 100만원을 후원해줬기에 제가 계속 앨범을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제가 또 누군가에게 100만원을 주면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바꿔나가다 보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임어택의 지목으로 힙합릴레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형인데, '보석집'을 함께 하게 되면서 실제로 만나보니 더 좋은 형이더라. 형이 얼마 전에 낸 '나스'(NAS)라는 앨범도 너무 좋게 들었고"

▶QM이 지목할 다음 인터뷰 주인공은. "알앤비 아티스트 호림을 지목하겠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옷 입는 스타일도 멋진 친구다. 힙합 하는 사람들 중 호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저와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친구다"

(사진=VMC 제공)